그를 만난 건 지난 달 27일. 강남 3호선 압구정역 근처의 호프집이었다. ‘개인투자자들도 이제는 기관화 장세에 순응해 우량한 대형주를 장기 분산투자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고 그가 먼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렇지 않다. 대형주는 전문가인 수많은 외국인, 기관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이 없다. 개인은 인기가 없지만 기업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중소형주를 찾아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장기 투자 성적도 워렌 버핏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그 비법을 일반투자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4시30분께 호프집에 들어선 그는 얼굴이 ‘화사’했다.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표현이지만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얼굴은 스트레스 흔적 없이 깨끗했다.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무언가에 시달리거나 찌든 기색이 역력한데 그는 달랐다. 골프연습장에서 한 시간 가량 연습을 하고 샤워를 하고 왔다고 했다. 올해로 50의 나이라고 했지만 40 초반의 피부였다. 얼굴이 좋다고 했더니 "행복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실명은 밝히지 말고 조씨라고만 써달라고 했다. 주변에서 부르는 별명이 있을 거라고 물었더니 “다들 압구정동 ‘교주’(敎株)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주도사’라는 칭호로 불렸으나 최근 자신을 따르는 매니아들이 늘며 교주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많은 추종자가 있다는 뜻과 더불어 주식을 가르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10년 전 200만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해 현재 주식자산만 60억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교주라는 별명을 이의없이 따라 쓰기로 했다.
천호동에 사는 교주는 30년 가까운 투자경력을 지닌 전문투자자. 현재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가르치는 사람은 30명이 넘고 지금까지 자신을 거쳐간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손해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 전원을 처음 켜본 게 3년전이었다. 한 증권사가 여의도에서 투자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얘기가 있을 것 같아 참석한 자리에서 컴퓨터를 처음 켜 봤다고. (당시 설명회를 하던 증권사 직원은 지금 자신의 제자가 돼있다.) PC가 투자의 보조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수십 년 전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의 투자 역사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눈치 챘겠지만 전반기 10여년은 실패, 후반기 10년은 성공이다. 후반기 성공률을 100%. 종목에 투자해 손해를 본 예가 없었다. 그는 증권카드만 15개를 갖고 있다. 자주 쓰는 건 3~4개다.
참담한 실패 그리고 재기
전반기 실패의 후유증은 컸다. 80년대 중반까지 그는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러다 80년대 말 1000을 넘던 지수가 92년 500 아래로 밀렸다. ‘나의 종목선택이 옳다’고 끝까지 믿었다. 그러나 장이 망가졌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버틸 수가 없었다. 은행에서 융자도 받고 남의 돈도 운영하고 있었다.
결국 ‘깡통’이 났고 주식을 다 팔고 부채를 정리하니 마이너스였다. 남은 빚에 대한 한달 이자만 200만원을 넘었다. 지금으로 치면 1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돈이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어느 날 새벽 경기도 이천에 있는 다리에 올라갔다. 자살을 하려고 난간에 올라섰으나 더 이상 용기가 없었다. 내려오니 다리에 힘이 없었다. 2시간동안 다리 위에 앉아 있었다.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운이 없었다’는 생각도 했고 ‘나의 고집이 문제였다’는 반성도 했다.
주변에선 한 달에 150만원을 줄 테니 부동산 중개업을 해보자는 권유도 있었다. 작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빚조차 댈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다 지인이 장사는 힘들지만 돈이 된다며 수퍼마켓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고덕동에서 시작했다. 15년전이다. 5년간 정말 하루도 쉬지 않았다. 교주는 “당시 세계에서 제일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했다.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집에서는 잠만 잤다. 5년 동안 친척 장례식 때 단 이틀만 쉬었다. 이 기간 빚을 다 갚았다.
주식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힘든 나날이었지만 새벽에 들어오면 신문의 주식시세판을 매일 보았다. 그러다 코를 신문에 묻고 잠을 든 적이 많았다. 자고 일어나면 코끝이 검었다. 그는 “그 덕에 시세판을 다 외웠다. 대한민국에 상장된 전 종목을 훤히 꿰는 실력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관리종목,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는다. 이중에서 최고의 저평가 종목을 찾는 게 그만의 비법이다. 교주는 “내가 선택한 기업은 우리나라에 상장된 1800개 기업중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자부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겨줬지만 그는 그만의 투자방식이 근본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고 주식투자가 나쁜 게 아니라는 인식도 바꾸지 않았다. 주식을 공부하면 할수록 어떤 재테크보다 건전하다는 신념이 강해졌다. 부동산 투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첫 애가 늦게 생겼다. 빚을 갚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내가 외로움을 달래라는 배려였는지 200만원을 주며 ‘당신 좋아하는 투자를 한번 해보라’고 했다. 이게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었다. 당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꽃이 튀었다. 1억까지 불리는데 3년이 걸렸다. 4개 종목에 투자했다. 언제나 100%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200만원이 3년 만에 1억원으로
그는 남들처럼 전문서적을 보고 신문도 참고한다. 전자공시에 들어가 재무구조를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통해 이 종목이 비싼 이유, 저 종목이 싼 이유를 하나둘 분석해간다. 회사는 ‘아닌데’ 주가는 비싸고 회사는 좋은데 주가는 싼 종목이 하나둘 구분됐다. 이 작업을 10년간 했다.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최종 판단이 서면 서슴지 않고 ‘몰빵’을 했다. 분산투자는 없었다. 몰빵과 동시에 그는 다른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도 종목은 찾았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다시 100%를 투입하기를 반복했다.
실전 사례, 초저평가 종목 발굴과 함께 벌기
실전 사례도 솔직하게 들었다. 그는 좋은 종목을 찾으면 이를 감추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알렸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투자를 해 돈을 벌라고 권유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중소형 철강사인 S사. 2004년 초, 이 회사 주가가 500원에서 600원 할 때였다. 액면가 근처였다. 어느 날 S사는 분기이익이 30억원(현재 자본금 78억원)이 넘었다는 공시를 했다. 회사에 전화해보니 반기와 연간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놀라운 실적호전이었다. 그래서 몰빵을 했다. 당시 그는 한 장의 팸플릿을 직접 작성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투자클럽 명의로 작성한 유인물이었다. 유인물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투자클럽 투자종목 안내>
‘(전략) 아래 종목을 보시고 가능성을 타진하십시오. 종목명 공개불가, 액면가 500원, 자본금 85억원, 현재가 700원 전후. 이 회사는 1978년 설립돼 2001년 공모가 2300원에 등록된 후 2001년 24억, 2002년 34억, 2003년 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04년1월에서 3월까지 3달동안만 순이익이 3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초저평가 회사입니다.
작년에 이 회사는 주당 60원의 배당을 실시하였습니다. 올해는 사상최대의 실적으로 최고의 배당도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회사관계자와의 수십 차례에 걸친 통화에서도 실적에 걸맞는 배당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투자하시면 은행 금리의 5배 이상의 배당금과 실적에 따른 주가상승 이익까지 보너스로 챙기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위 종목 외에도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분석하여 투자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ㅇㅇㅇ 클럽으로 문의 바랍니다’
유인물은 ‘주식으로도 안정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 교주는 이 유인물을 동네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녔다.
그는 이처럼 확신이 서는 종목은 주변 사람에게 적극 사라고 한다. 혼자 돈 벌기보다 다 같이 벌 수 있으면 더 좋다는 생각에서다. 주유원, 동네 수퍼마켓 주인, 이비인후과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교주는 한 종목을 선택하면 반드시 경쟁업체와 비교를 한다. 중소형 철강주였던 이 종목을 선택하고 그는 다른 수십 개의 중소형철강주와 이익률, PER 등을 철저하게 점검했다. 그가 만든 분석 테이블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보다 치밀했다.
그는 “가장 안전하고 제일 돈벌기 쉬운 게 주식이다. 국민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산 주식은 국민은행보다 재무구조가 좋다.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그래도 얼마나 빨리 많이 오를 지만 생각한다. 하락은 생각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힘주었다.
1년 뒤 S사는 2400원 위로 올랐고 교주는 고점 수준에서 주식을 처분했다.
실적 없는 테마주투자자는 정신병자
교주는 “오늘도 P기업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가 있었다. 거래가 활발하고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P사는 최근 몇 년동안 이익을 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상한 테마에 편승하며 정보가 돌고 있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 이런 종목을 사는 사람을 좀 심하지만 정신병자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기업가치가 우선이지 말도 안되는 테마와 정보는 독이기 때문이다. “잘 살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데 오히려 먹으면 죽는 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그는 지적했다.
교주는 현재 7개 정도의 중소형주에 몰빵을 한 상태다. 3% 넘게 사면 대주주로 분류돼 세금문제가 복잡해져 사고 싶어도 그 이상은 사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5%이상을 사서 공시를 한 후 해당기업의 경영개선을 요구하라고 하지만 그는 시끄럽게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종목을 사서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교주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락할 것에 대비하자는 말인데 그럴 종목을 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확신이 있다면 몰빵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1년만 지나면 ‘대박’ 날 종목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직접투자는 근본적으로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 기관과 달라야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고집했다. 기관처럼 포트폴리오투자를 할 바에는 차라리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대형주는 담지 않는다
교주는 대형주를 매우 멀리하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대형주를 연구는 하지만 이미 나 말고도 전문가들이 많다. 리포트가 넘쳐난다. 때문에 대형주는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저평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 많은 기관과 외국인이 쳐다보고 있어 코스피와 삼성전자는 언제나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소위 말하는 스몰캡이 더 인기가 있다는 것.
요즘 그가 보고 있는 스몰캡 중에 중견건설회사가 있다. 그는 “자본금이 5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380억원이다. 본사 건물만 전세를 놓아도 600억원이 나온다. 이익은 4년간 계속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배당을 안하는 문제가 있지만 주가가 싸도 너무 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투자를 했다. 물론 몰빵이다.
교주는 이에 비해 “설립 이래 한번도 이익을 내보지 못한 어떤 바이오기업은 액면가가 500원인데 1만원을 넘는다. 바이오라는 이름만 가지고 주가가 유지되고 거래도 많다”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나는 숫자만 믿는다. 99%가 숫자에 기반한 선택이고 나머지 1%만 감각을 따른다”며 기업의 재무정보에 중심을 두는 판단을 당부했다. “과거 분식회계 많았으나 지금은 투명해졌다. 사업보고서를 110% 신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모 기업이 회계법인과 싸웠다. 상당한 가치가 있는 재고를 회계법인에서 인정하지 않고 모두 손실로 처리했던 것이다. 회계법인 스스로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깐깐한, 보수적인 감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른바 ‘역분식회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재무제표를 믿고 최대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또 “좋은 기업들은 이익을 줄이려한다. 이익을 줄이기 급급하고 주목받기를 싫어한다. 울화통이 터진다. 좋은 기업의 오너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을 절실하게 원하지도 않는다”며 “결국 기업을 바꿔야하는데 그게 귀찮으니 기다림의 미덕을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절매 가능성 0%로 줄이기
교주는 손절매가 발생하지 않는 종목만 투자한다. 그래서 손해 본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손절매를 준비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라고 그는 지적했다. 교주는 “순금보다 더 순수한 주식만 산다. 올라갈 확률이 100%라는 확신이 들어야 산다. 0.1%의 손실 확률이 예상된다면 사지 않는다”고 했다. 매도(차익실현)는 디스카운트된 주식이 오버슈팅할 때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주식이 한번 오르면 반드시 오버슈팅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 때는 한꺼번에 다 정리한다.
그는 “종목은 언제나 있다. 주식은 마르지 않는 샘"이라며 "멀리 못보고 인내심이 없어 실패한다. 길게 보고 인내하면 대부분 투자자들은 다 수익이 난다. 길게 보는 습관만 갖춘다면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지혜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보는데 작전주에 관심 가질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연금 운용도 자신 있다는 그는 “증권 서적은 미국에서 나온 것만 본다. 우리나라 책은 차트 일색이다. 차트는 투자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세력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소형주를 수년간 묻어두는 것을 고집하는 교주는 차트와 이를 이용한 기술적 매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빚내서 투자한다
증시전문가들이 금기시하는 매매중 하나가 미수거래를 비롯 외상매매다. 빚을 내고 매매를 하면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도 인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교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며칠 뒤 갚아야 하는, 이자가 높은 미수거래나, 자산도 없으면서 빚만 내서하는 무모한 방식은 반대하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주식이라면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사야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좋은 주식에서 예상되는 주가수익률과 배당을 고려할 때 가지고 있는 자금 한도 내에서 주식을 사야하는 것 역시 괴로운 일이라고 힘준다.
일정한 수입을 매달 정기적으로 얻는 샐러리맨들 역시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일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했다. 물론 전제가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제로(0)인 주식을 찾아야한다는 것.
그는 실제로 현재 금융기관에 14억원 정도의 빚이 있다고 한다. 교주는 “이자를 겁내지 않는다. 배당으로 충당하면 된다”며 “좋은 주식은 빚을 내서라도 하라”고 주장했다.
그가 빚까지 내서면서까지 특정 종목에 몰빵을 하는 이유는 역으로 그만큼 그가 선택한 주식이 안전하고 향후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100%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기관 차입을 비롯해 돈을 마련해 앞으로도 계속 주식을 살 계획이다. 사기만 하면 오를 만한 주식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부동산이 늘 인기지만 좋은 주식의 매력이 훨씬 낫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은 현시세가 10억원이면 10억원의 가치가 있다. 시세가 올라야 이익이 난다”며 “하지만 좋은 종목은 현시세가 5000원이고 이 가격에 사면 기업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미 서너 배의 이익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했다. 대주주와 경영자는 경영을 하는데 따르는 책임이 있고 관리도 그들의 몫이기에 이에 상승하는 보상을 해줘야한다며 너무 대립적인 관계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교주는 “주주인 내가 경영자를 고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전문투자자인 만큼 시황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장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기관화 장세가 시작된 것이다. 외국인과의 힘겨루기가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기관도 단기자금 운용에 치중했다. 개인들의 신뢰도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동중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록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의 안정성이 강화되는 만큼 주식에 대한 관심을 한층 늘리는 게 현명하다”
교주는 "우리나라도 갈수록 가계의 자산중 주식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오랜기간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추세의 변화가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나타냈다.
잃지 않는 미소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중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주식을 잘해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다고 했다. 단 잃지 않는, 손실을 생각하지 않는, 행복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여러 번 당부했다.
자신처럼 100%의 확률로 오르는 종목을 찾는 것은 상식수준의 연구로는 불가능하며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쉬지 않는 발굴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마추어들이 뛰어들어 원하는 돈을 벌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지금 이 시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갈수록 글로벌화되고 있다. 개인에게는 또하나의 도전인 것이다. 높은 경지의 안목은 사실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일간지에 나오는 기업 기사 하나하나가 중요한 소스이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주식투자의 성적이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평소의 노력과 실력 쌓기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저런 물음에 막힘없는 답이 쏟아졌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끝이 났지만 주문한 500cc 호프는 절반도 비워있지 않았다. 안주로 시킨 오리 훈제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래도 상식을 깨는, 프로근성이 넘치는, 설교에 가까운 교주의 말에 기자는 적지 않게 취해버렸다. 밖으로 나오자 중추(仲秋)의 압구정동 거리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환상에서 벗어났을때 성공의 열쇠가 보일것입니다. 실천영역
“그렇지 않다. 대형주는 전문가인 수많은 외국인, 기관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이 없다. 개인은 인기가 없지만 기업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중소형주를 찾아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장기 투자 성적도 워렌 버핏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그 비법을 일반투자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4시30분께 호프집에 들어선 그는 얼굴이 ‘화사’했다.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표현이지만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얼굴은 스트레스 흔적 없이 깨끗했다.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무언가에 시달리거나 찌든 기색이 역력한데 그는 달랐다. 골프연습장에서 한 시간 가량 연습을 하고 샤워를 하고 왔다고 했다. 올해로 50의 나이라고 했지만 40 초반의 피부였다. 얼굴이 좋다고 했더니 "행복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실명은 밝히지 말고 조씨라고만 써달라고 했다. 주변에서 부르는 별명이 있을 거라고 물었더니 “다들 압구정동 ‘교주’(敎株)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주도사’라는 칭호로 불렸으나 최근 자신을 따르는 매니아들이 늘며 교주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많은 추종자가 있다는 뜻과 더불어 주식을 가르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10년 전 200만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해 현재 주식자산만 60억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교주라는 별명을 이의없이 따라 쓰기로 했다.
천호동에 사는 교주는 30년 가까운 투자경력을 지닌 전문투자자. 현재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가르치는 사람은 30명이 넘고 지금까지 자신을 거쳐간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손해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 전원을 처음 켜본 게 3년전이었다. 한 증권사가 여의도에서 투자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얘기가 있을 것 같아 참석한 자리에서 컴퓨터를 처음 켜 봤다고. (당시 설명회를 하던 증권사 직원은 지금 자신의 제자가 돼있다.) PC가 투자의 보조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수십 년 전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의 투자 역사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눈치 챘겠지만 전반기 10여년은 실패, 후반기 10년은 성공이다. 후반기 성공률을 100%. 종목에 투자해 손해를 본 예가 없었다. 그는 증권카드만 15개를 갖고 있다. 자주 쓰는 건 3~4개다.
참담한 실패 그리고 재기
전반기 실패의 후유증은 컸다. 80년대 중반까지 그는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러다 80년대 말 1000을 넘던 지수가 92년 500 아래로 밀렸다. ‘나의 종목선택이 옳다’고 끝까지 믿었다. 그러나 장이 망가졌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버틸 수가 없었다. 은행에서 융자도 받고 남의 돈도 운영하고 있었다.
결국 ‘깡통’이 났고 주식을 다 팔고 부채를 정리하니 마이너스였다. 남은 빚에 대한 한달 이자만 200만원을 넘었다. 지금으로 치면 1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돈이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어느 날 새벽 경기도 이천에 있는 다리에 올라갔다. 자살을 하려고 난간에 올라섰으나 더 이상 용기가 없었다. 내려오니 다리에 힘이 없었다. 2시간동안 다리 위에 앉아 있었다.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운이 없었다’는 생각도 했고 ‘나의 고집이 문제였다’는 반성도 했다.
주변에선 한 달에 150만원을 줄 테니 부동산 중개업을 해보자는 권유도 있었다. 작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빚조차 댈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다 지인이 장사는 힘들지만 돈이 된다며 수퍼마켓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고덕동에서 시작했다. 15년전이다. 5년간 정말 하루도 쉬지 않았다. 교주는 “당시 세계에서 제일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했다.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고 집에서는 잠만 잤다. 5년 동안 친척 장례식 때 단 이틀만 쉬었다. 이 기간 빚을 다 갚았다.
주식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힘든 나날이었지만 새벽에 들어오면 신문의 주식시세판을 매일 보았다. 그러다 코를 신문에 묻고 잠을 든 적이 많았다. 자고 일어나면 코끝이 검었다. 그는 “그 덕에 시세판을 다 외웠다. 대한민국에 상장된 전 종목을 훤히 꿰는 실력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관리종목,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는다. 이중에서 최고의 저평가 종목을 찾는 게 그만의 비법이다. 교주는 “내가 선택한 기업은 우리나라에 상장된 1800개 기업중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자부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겨줬지만 그는 그만의 투자방식이 근본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고 주식투자가 나쁜 게 아니라는 인식도 바꾸지 않았다. 주식을 공부하면 할수록 어떤 재테크보다 건전하다는 신념이 강해졌다. 부동산 투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첫 애가 늦게 생겼다. 빚을 갚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내가 외로움을 달래라는 배려였는지 200만원을 주며 ‘당신 좋아하는 투자를 한번 해보라’고 했다. 이게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었다. 당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꽃이 튀었다. 1억까지 불리는데 3년이 걸렸다. 4개 종목에 투자했다. 언제나 100%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200만원이 3년 만에 1억원으로
그는 남들처럼 전문서적을 보고 신문도 참고한다. 전자공시에 들어가 재무구조를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통해 이 종목이 비싼 이유, 저 종목이 싼 이유를 하나둘 분석해간다. 회사는 ‘아닌데’ 주가는 비싸고 회사는 좋은데 주가는 싼 종목이 하나둘 구분됐다. 이 작업을 10년간 했다.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최종 판단이 서면 서슴지 않고 ‘몰빵’을 했다. 분산투자는 없었다. 몰빵과 동시에 그는 다른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도 종목은 찾았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다시 100%를 투입하기를 반복했다.
실전 사례, 초저평가 종목 발굴과 함께 벌기
실전 사례도 솔직하게 들었다. 그는 좋은 종목을 찾으면 이를 감추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알렸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투자를 해 돈을 벌라고 권유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중소형 철강사인 S사. 2004년 초, 이 회사 주가가 500원에서 600원 할 때였다. 액면가 근처였다. 어느 날 S사는 분기이익이 30억원(현재 자본금 78억원)이 넘었다는 공시를 했다. 회사에 전화해보니 반기와 연간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놀라운 실적호전이었다. 그래서 몰빵을 했다. 당시 그는 한 장의 팸플릿을 직접 작성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투자클럽 명의로 작성한 유인물이었다. 유인물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투자클럽 투자종목 안내>
‘(전략) 아래 종목을 보시고 가능성을 타진하십시오. 종목명 공개불가, 액면가 500원, 자본금 85억원, 현재가 700원 전후. 이 회사는 1978년 설립돼 2001년 공모가 2300원에 등록된 후 2001년 24억, 2002년 34억, 2003년 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04년1월에서 3월까지 3달동안만 순이익이 3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초저평가 회사입니다.
작년에 이 회사는 주당 60원의 배당을 실시하였습니다. 올해는 사상최대의 실적으로 최고의 배당도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회사관계자와의 수십 차례에 걸친 통화에서도 실적에 걸맞는 배당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투자하시면 은행 금리의 5배 이상의 배당금과 실적에 따른 주가상승 이익까지 보너스로 챙기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위 종목 외에도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분석하여 투자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ㅇㅇㅇ 클럽으로 문의 바랍니다’
유인물은 ‘주식으로도 안정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 교주는 이 유인물을 동네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녔다.
그는 이처럼 확신이 서는 종목은 주변 사람에게 적극 사라고 한다. 혼자 돈 벌기보다 다 같이 벌 수 있으면 더 좋다는 생각에서다. 주유원, 동네 수퍼마켓 주인, 이비인후과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교주는 한 종목을 선택하면 반드시 경쟁업체와 비교를 한다. 중소형 철강주였던 이 종목을 선택하고 그는 다른 수십 개의 중소형철강주와 이익률, PER 등을 철저하게 점검했다. 그가 만든 분석 테이블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보다 치밀했다.
그는 “가장 안전하고 제일 돈벌기 쉬운 게 주식이다. 국민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산 주식은 국민은행보다 재무구조가 좋다.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그래도 얼마나 빨리 많이 오를 지만 생각한다. 하락은 생각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힘주었다.
1년 뒤 S사는 2400원 위로 올랐고 교주는 고점 수준에서 주식을 처분했다.
실적 없는 테마주투자자는 정신병자
교주는 “오늘도 P기업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가 있었다. 거래가 활발하고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P사는 최근 몇 년동안 이익을 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상한 테마에 편승하며 정보가 돌고 있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 이런 종목을 사는 사람을 좀 심하지만 정신병자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기업가치가 우선이지 말도 안되는 테마와 정보는 독이기 때문이다. “잘 살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데 오히려 먹으면 죽는 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그는 지적했다.
교주는 현재 7개 정도의 중소형주에 몰빵을 한 상태다. 3% 넘게 사면 대주주로 분류돼 세금문제가 복잡해져 사고 싶어도 그 이상은 사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5%이상을 사서 공시를 한 후 해당기업의 경영개선을 요구하라고 하지만 그는 시끄럽게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종목을 사서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교주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락할 것에 대비하자는 말인데 그럴 종목을 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확신이 있다면 몰빵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1년만 지나면 ‘대박’ 날 종목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직접투자는 근본적으로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 기관과 달라야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고집했다. 기관처럼 포트폴리오투자를 할 바에는 차라리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대형주는 담지 않는다
교주는 대형주를 매우 멀리하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대형주를 연구는 하지만 이미 나 말고도 전문가들이 많다. 리포트가 넘쳐난다. 때문에 대형주는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저평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 많은 기관과 외국인이 쳐다보고 있어 코스피와 삼성전자는 언제나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소위 말하는 스몰캡이 더 인기가 있다는 것.
요즘 그가 보고 있는 스몰캡 중에 중견건설회사가 있다. 그는 “자본금이 5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380억원이다. 본사 건물만 전세를 놓아도 600억원이 나온다. 이익은 4년간 계속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배당을 안하는 문제가 있지만 주가가 싸도 너무 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투자를 했다. 물론 몰빵이다.
교주는 이에 비해 “설립 이래 한번도 이익을 내보지 못한 어떤 바이오기업은 액면가가 500원인데 1만원을 넘는다. 바이오라는 이름만 가지고 주가가 유지되고 거래도 많다”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나는 숫자만 믿는다. 99%가 숫자에 기반한 선택이고 나머지 1%만 감각을 따른다”며 기업의 재무정보에 중심을 두는 판단을 당부했다. “과거 분식회계 많았으나 지금은 투명해졌다. 사업보고서를 110% 신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모 기업이 회계법인과 싸웠다. 상당한 가치가 있는 재고를 회계법인에서 인정하지 않고 모두 손실로 처리했던 것이다. 회계법인 스스로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깐깐한, 보수적인 감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른바 ‘역분식회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재무제표를 믿고 최대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또 “좋은 기업들은 이익을 줄이려한다. 이익을 줄이기 급급하고 주목받기를 싫어한다. 울화통이 터진다. 좋은 기업의 오너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을 절실하게 원하지도 않는다”며 “결국 기업을 바꿔야하는데 그게 귀찮으니 기다림의 미덕을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절매 가능성 0%로 줄이기
교주는 손절매가 발생하지 않는 종목만 투자한다. 그래서 손해 본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손절매를 준비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라고 그는 지적했다. 교주는 “순금보다 더 순수한 주식만 산다. 올라갈 확률이 100%라는 확신이 들어야 산다. 0.1%의 손실 확률이 예상된다면 사지 않는다”고 했다. 매도(차익실현)는 디스카운트된 주식이 오버슈팅할 때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주식이 한번 오르면 반드시 오버슈팅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 때는 한꺼번에 다 정리한다.
그는 “종목은 언제나 있다. 주식은 마르지 않는 샘"이라며 "멀리 못보고 인내심이 없어 실패한다. 길게 보고 인내하면 대부분 투자자들은 다 수익이 난다. 길게 보는 습관만 갖춘다면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지혜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보는데 작전주에 관심 가질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연금 운용도 자신 있다는 그는 “증권 서적은 미국에서 나온 것만 본다. 우리나라 책은 차트 일색이다. 차트는 투자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세력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소형주를 수년간 묻어두는 것을 고집하는 교주는 차트와 이를 이용한 기술적 매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빚내서 투자한다
증시전문가들이 금기시하는 매매중 하나가 미수거래를 비롯 외상매매다. 빚을 내고 매매를 하면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도 인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교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며칠 뒤 갚아야 하는, 이자가 높은 미수거래나, 자산도 없으면서 빚만 내서하는 무모한 방식은 반대하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주식이라면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사야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좋은 주식에서 예상되는 주가수익률과 배당을 고려할 때 가지고 있는 자금 한도 내에서 주식을 사야하는 것 역시 괴로운 일이라고 힘준다.
일정한 수입을 매달 정기적으로 얻는 샐러리맨들 역시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일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했다. 물론 전제가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제로(0)인 주식을 찾아야한다는 것.
그는 실제로 현재 금융기관에 14억원 정도의 빚이 있다고 한다. 교주는 “이자를 겁내지 않는다. 배당으로 충당하면 된다”며 “좋은 주식은 빚을 내서라도 하라”고 주장했다.
그가 빚까지 내서면서까지 특정 종목에 몰빵을 하는 이유는 역으로 그만큼 그가 선택한 주식이 안전하고 향후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100%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기관 차입을 비롯해 돈을 마련해 앞으로도 계속 주식을 살 계획이다. 사기만 하면 오를 만한 주식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부동산이 늘 인기지만 좋은 주식의 매력이 훨씬 낫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은 현시세가 10억원이면 10억원의 가치가 있다. 시세가 올라야 이익이 난다”며 “하지만 좋은 종목은 현시세가 5000원이고 이 가격에 사면 기업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미 서너 배의 이익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했다. 대주주와 경영자는 경영을 하는데 따르는 책임이 있고 관리도 그들의 몫이기에 이에 상승하는 보상을 해줘야한다며 너무 대립적인 관계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교주는 “주주인 내가 경영자를 고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전문투자자인 만큼 시황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장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기관화 장세가 시작된 것이다. 외국인과의 힘겨루기가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기관도 단기자금 운용에 치중했다. 개인들의 신뢰도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동중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록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의 안정성이 강화되는 만큼 주식에 대한 관심을 한층 늘리는 게 현명하다”
교주는 "우리나라도 갈수록 가계의 자산중 주식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오랜기간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추세의 변화가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나타냈다.
잃지 않는 미소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중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주식을 잘해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다고 했다. 단 잃지 않는, 손실을 생각하지 않는, 행복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여러 번 당부했다.
자신처럼 100%의 확률로 오르는 종목을 찾는 것은 상식수준의 연구로는 불가능하며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쉬지 않는 발굴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마추어들이 뛰어들어 원하는 돈을 벌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지금 이 시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갈수록 글로벌화되고 있다. 개인에게는 또하나의 도전인 것이다. 높은 경지의 안목은 사실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일간지에 나오는 기업 기사 하나하나가 중요한 소스이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주식투자의 성적이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평소의 노력과 실력 쌓기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저런 물음에 막힘없는 답이 쏟아졌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끝이 났지만 주문한 500cc 호프는 절반도 비워있지 않았다. 안주로 시킨 오리 훈제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래도 상식을 깨는, 프로근성이 넘치는, 설교에 가까운 교주의 말에 기자는 적지 않게 취해버렸다. 밖으로 나오자 중추(仲秋)의 압구정동 거리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환상에서 벗어났을때 성공의 열쇠가 보일것입니다. 실천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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