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잘 전파되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바이러스학교수 가와오카 요시히로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3월23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AI바이러스는 일반독감 바이러스와는 달리 상기도(上氣道)가 아닌 폐의 깊숙한 곳에 있는 폐포(肺胞)에 자리잡기 때문에 기침이나 재채기에 묻어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2일 보도했다.
가와오카 박사는 AI바이러스가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거의 전파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AI바이러스가 크게 변이를 일으킴이 없이 현재의 형태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사이에 전염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I바이러스가 폐포에 침투한다는 사실은 조류로부터 일단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매우 높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카와오카 박사는 말했다.
가와오카 박사는 코-기관지의 통로와 폐의 내막세포 표면에는 출입구인 두 종류의 수용체 분자(SAalpha2,3Gal<2,3>, SAalpha2,6Gal<2,6>)가 있는데 AI바이러스는 이 중에서 <2,3>수용체 분자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용체란 모든 세포표면에 있는 생화학적인 출입구로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자면 이 출입구를 통해 침투해야 되기 때문에 말하자면 바이러스의 "도킹"장소라고 할 수 있다.
가와오카 박사는 <2,3>수용체는 폐의 호릅기 줄기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아주 작은 말단가지인 폐포 세포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기침과 재채기를 해도 이 곳에 있는 바이러스는 체외로 방출되지 못하지만 일단 바이러스가 하기도인 이 곳에 발을 붙이면 폐렴 등 치명적인 병변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일반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상기도에 분포하는 세포의 수용체인 <2,6> 수용체를 "도킹"장소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쉽게 입 밖으로 배출되어 공기를 타고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간다고 가와오카 박사는 말했다.
가와오카 박사는 따라서 AI바이러스가 현재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람과 사람사이에 전염되는 일이 거의 없겠지만 만약 AI바이러스가 유전변이를 통해 "도킹"장소를 하기도의 <2,3>수용체에서 상기도의 <2,6>수용체로 옮긴다면 상황은 달라져 사람과 사람간의 전염이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번 대유행 살인독감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쓴 뉴욕 대학 의과대학의 마크 시겔 박사는 만약 AI바이러스가 이런 유전변이를 일으킬 경우 1918년의 스페인 독감같은 대유행성 살인독감바이러스로 돌변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며 과연 그렇게 될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겔 박사는 많은 사람이 AI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오고도 AI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AI바이러스에 노출되기는 했지만 바이러스가 하기도 깊숙이 침투하는 데 실패해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만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AI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84명이고 이 중 103명이 사망했지만 이들은 AI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들과 매일 함께 살았기 때문에 AI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침투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라고 시겔 박사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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