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의 1분기 실적은 양호, 그러나 지속가능 여부는 의문
미국 금융기관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것처럼 금융기관의 실적도 최악은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개선흐름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 이유는 실적 호전의 이유가 1) 시가평가유예, 2) 정부의 각종 정책에 주로 연유하는 데다가, 전통적으로 금융자산의 손실률은 경기를 상당히 후행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에 따라 앞으로도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의 실적 내용을 살펴본다면, 실적 호전은 Trading 부문(채권, 통화, 상품 등)에서 가장 컸다. 그리고 이것은 골드만삭스가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떠안았는데 다행히도 시장 상황이 괜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스로 밝힌대로 골드만삭스의 VAR은 작년 4분기의 약 2억불에서 이번 분기에는 2.4억불로 증가하였다. 이는 보유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DS 스프레드와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은 이러한 우려를 잘 반영
CDS시장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잘 나타난다. 대략 3월초까지는 주요 금융기관의 CDS스프레드와 주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주식시장은 실적 호전을 잘 반영하는 반면 CDS스프레드는 개선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다시 말해 주식시장 참여자들에 비해 신용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5년 이내에 금융기관이 파산 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과 상업용부동산 채권 등 대표적인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도 최근 들어 특별히 개선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나 금융시장 측면에서의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 미 주요금융기관 CDS스프레드와 주가 * 주요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 추이
주: 시티,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JP모건 4개사 평균 기준 주: 발행 당시의 가격 = 100
* Bloomberg,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 Value at Risk: 최악의 상황(확률적으로 5% 미만)이 닥쳤을 때의 손실예측액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
여기서 금융위기 해소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역사적으로 어떠한 금융위기든지 간에 문제해결의 핵심은 바로 부실자산의 처리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①신속하게 ②저비용으로 ③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없이 부실자산을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접근법은 1) 금융기관을 지키면서 진행하는 온건한 접근법과 2) 금융기관을 죽이면서 진행하는 강도 높은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온건한 방법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강도높은 방법은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은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어쨌든 이번에 미국정부는 온건한 방법을 택하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금융위기 해결의 큰 흐름은 아래와 같이 비슷하다. 방법만 다를 뿐이다.
1) 금융시스템에서 부실자산의 격리
2) Good Bank는 시장에서 생존하고 Bad Bank는 정부의 지원으로 생존
3) 경기 등 환경이 회복되면 금융시스템 정상화 및 민영화 재개
* 부실자산 처리 접근법 간의 비교
* 미 재무성, 한화증권
문제 1) 스트레스 테스트를 둘러싼 딜레마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결과는 5월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결과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취지는 앞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에도 금융기관으로서의 제 역할(대출을 줄이지 않는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구분해 보고, 어려울 것 같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을 동시에 미리 진행해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를 발표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
그런데 당초 취지대로 내용이 다 발표될 경우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순간 시장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금융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대신 취약한 그룹에 대해 자본확충만 미리해주겠다는 식으로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테스트 결과가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는다면 대신 어떠한 식으로라도 힌트를 찾으려 할 것이다. 또한 양호한 그룹으로 분류된 금융기관들도 자신들이 우수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어떤 식으로든지 보내려 할 것이다. 이것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 2) 금융기관들의 정부간섭 배제 움직임
요사이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을 보면 높아진 주가 등 긍정적인 시장 상황을 정부의 간섭을 줄이는 데에 활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TARP 지원액 100억불 중 50억불을 증자를 통해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극도로 불확실한 금융환경을 예상할 때 이러한 움직임은 자본적정성을 해칠 수 있다.
사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움직임은 시장 상황이 괜찮을 때에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Good Bank로 거듭나는 것이다.
TARP 지원금 상환 러쉬 → 문제 해결이 아니라 초기 위험 상태로의 복귀
앞서 언급했듯이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모호하게 발표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TARP 지원금의 상환은 연결이 되는 이슈이다. 정부 간섭의 배제라는 것은 우수한 금융기관들이 보낼 수 있는 시그널의 하나인 것이다. 정부의 자금지원이 없이도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시장은 TARP 지원금을 상환한 금융기관을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에 비해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역차별을 피하기 위해서 정부지원이 필수적인 금융기관까지도 정부지원을 거부하거나 지원액을 상환하려고 애를 쓸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인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건전성은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로서는 딱히 이를 막을 명분도 방법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이제 필요없다고 팽 당하고’ 있는 것이다.
* 전세계 금융기관 상각 추이 * TARP 지원금의 주사용 내역
* Bloomberg, 한화증권, 미 재무성, CNN Money
그렇다면 다시는 절대로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만에 하나 물에 다시 빠진다 해도 이번에는 모른 척하고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No라면, 작금의 흐름은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이 아니라 문제 발생의 초기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제 3)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매각 참여가 저조할 듯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온건한 접근법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금융기관들이 부실 해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기 급락세 진정, 금융기관 실적 개선, 그리고 시가평가유예 조치 등 일련의 긍정적인 흐름들이 오히려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할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제 상당 부분의 Level 3 자산에 대해 시가평가(mark-to-market)가 아닌 모델에 의한 가치산정(mark-to-model)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경기흐름이 다소 개선되면서 모델에 의한 부실자산의 가치와 시장가격과의 괴리도가 더 커졌을 것이다. 이 경우 부실자산을 시장가격대로 매각하게 되면 금융기관이 입는 평가손실이 더 커지게 된다. 안 그래도 정부에게 등 떠밀리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 매각에 점점 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 간섭 배제 등의 움직임으로 인해 정부가 금융기관을 강제할 힘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의 획기적인 전환이 있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부실자산 처리 과정은 앞으로가 더 험난할 것임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금융위기 해소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어떤 식으로든 부실자산 처리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만 한다. 사실 금융기관도 살리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그들은 스웨덴식의 과감한 국유화와 신속한 부실자산 처리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거시경제나 금융여건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IMF 총재가 언급했듯이 금융위기 극복없이 금번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복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는 앞으로 점점 부각될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기로에 서있다. 과연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국유화를 통해 과감하게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내어 들든 간에 그 길은 평탄한 길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단, 큰 변화없이 현재의 흐름(금융기관의 위험도 증가와 부실자산의 분리 지연)대로 지속된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더 하락할 수 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2008년 말의 금융 패닉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 한화증권
미국 금융기관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것처럼 금융기관의 실적도 최악은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개선흐름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 이유는 실적 호전의 이유가 1) 시가평가유예, 2) 정부의 각종 정책에 주로 연유하는 데다가, 전통적으로 금융자산의 손실률은 경기를 상당히 후행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에 따라 앞으로도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의 실적 내용을 살펴본다면, 실적 호전은 Trading 부문(채권, 통화, 상품 등)에서 가장 컸다. 그리고 이것은 골드만삭스가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떠안았는데 다행히도 시장 상황이 괜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스로 밝힌대로 골드만삭스의 VAR은 작년 4분기의 약 2억불에서 이번 분기에는 2.4억불로 증가하였다. 이는 보유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DS 스프레드와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은 이러한 우려를 잘 반영
CDS시장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잘 나타난다. 대략 3월초까지는 주요 금융기관의 CDS스프레드와 주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주식시장은 실적 호전을 잘 반영하는 반면 CDS스프레드는 개선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다시 말해 주식시장 참여자들에 비해 신용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5년 이내에 금융기관이 파산 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과 상업용부동산 채권 등 대표적인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도 최근 들어 특별히 개선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나 금융시장 측면에서의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 미 주요금융기관 CDS스프레드와 주가 * 주요 문제성 자산의 시장가격 추이
주: 시티,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JP모건 4개사 평균 기준 주: 발행 당시의 가격 = 100
* Bloomberg,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 Value at Risk: 최악의 상황(확률적으로 5% 미만)이 닥쳤을 때의 손실예측액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
여기서 금융위기 해소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역사적으로 어떠한 금융위기든지 간에 문제해결의 핵심은 바로 부실자산의 처리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①신속하게 ②저비용으로 ③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없이 부실자산을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접근법은 1) 금융기관을 지키면서 진행하는 온건한 접근법과 2) 금융기관을 죽이면서 진행하는 강도 높은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온건한 방법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강도높은 방법은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은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어쨌든 이번에 미국정부는 온건한 방법을 택하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금융위기 해결의 큰 흐름은 아래와 같이 비슷하다. 방법만 다를 뿐이다.
1) 금융시스템에서 부실자산의 격리
2) Good Bank는 시장에서 생존하고 Bad Bank는 정부의 지원으로 생존
3) 경기 등 환경이 회복되면 금융시스템 정상화 및 민영화 재개
* 부실자산 처리 접근법 간의 비교
구 분 | 목 적 | 내 용 | 비 고 |
미국 정부의 제시안 |
온건한 접근법 |
금융기관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민관펀드를 통해 부실자산을 시장에 매각 경기 회복되면 민간/납세자 모두 자본이익 발생 |
금융시스템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 부실자산매각 프로그램에 금융기관 참여 부진할 경우 처리 과정의 장기화 |
스웨덴식 접근법 |
강도높은 접근법 |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지분확대/국유화 정부주도에 의한 부실자산 격리/민간자본참여 경기회복 뒤 good bank를 민영화 |
금융기관 도산시 시장 충격 불가피 금융시스템의 국유화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가능 부실자산 처리과정이 신속한 편 |
문제 1) 스트레스 테스트를 둘러싼 딜레마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결과는 5월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결과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취지는 앞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에도 금융기관으로서의 제 역할(대출을 줄이지 않는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구분해 보고, 어려울 것 같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을 동시에 미리 진행해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를 발표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
그런데 당초 취지대로 내용이 다 발표될 경우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순간 시장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금융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대신 취약한 그룹에 대해 자본확충만 미리해주겠다는 식으로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테스트 결과가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는다면 대신 어떠한 식으로라도 힌트를 찾으려 할 것이다. 또한 양호한 그룹으로 분류된 금융기관들도 자신들이 우수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어떤 식으로든지 보내려 할 것이다. 이것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 2) 금융기관들의 정부간섭 배제 움직임
요사이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을 보면 높아진 주가 등 긍정적인 시장 상황을 정부의 간섭을 줄이는 데에 활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TARP 지원액 100억불 중 50억불을 증자를 통해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극도로 불확실한 금융환경을 예상할 때 이러한 움직임은 자본적정성을 해칠 수 있다.
사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움직임은 시장 상황이 괜찮을 때에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Good Bank로 거듭나는 것이다.
TARP 지원금 상환 러쉬 → 문제 해결이 아니라 초기 위험 상태로의 복귀
앞서 언급했듯이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모호하게 발표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TARP 지원금의 상환은 연결이 되는 이슈이다. 정부 간섭의 배제라는 것은 우수한 금융기관들이 보낼 수 있는 시그널의 하나인 것이다. 정부의 자금지원이 없이도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시장은 TARP 지원금을 상환한 금융기관을 그렇지 못한 금융기관에 비해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역차별을 피하기 위해서 정부지원이 필수적인 금융기관까지도 정부지원을 거부하거나 지원액을 상환하려고 애를 쓸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인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건전성은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로서는 딱히 이를 막을 명분도 방법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이제 필요없다고 팽 당하고’ 있는 것이다.
* 전세계 금융기관 상각 추이 * TARP 지원금의 주사용 내역
* Bloomberg, 한화증권, 미 재무성, CNN Money
그렇다면 다시는 절대로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만에 하나 물에 다시 빠진다 해도 이번에는 모른 척하고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No라면, 작금의 흐름은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이 아니라 문제 발생의 초기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제 3)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매각 참여가 저조할 듯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온건한 접근법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금융기관들이 부실 해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기 급락세 진정, 금융기관 실적 개선, 그리고 시가평가유예 조치 등 일련의 긍정적인 흐름들이 오히려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할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제 상당 부분의 Level 3 자산에 대해 시가평가(mark-to-market)가 아닌 모델에 의한 가치산정(mark-to-model)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경기흐름이 다소 개선되면서 모델에 의한 부실자산의 가치와 시장가격과의 괴리도가 더 커졌을 것이다. 이 경우 부실자산을 시장가격대로 매각하게 되면 금융기관이 입는 평가손실이 더 커지게 된다. 안 그래도 정부에게 등 떠밀리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 매각에 점점 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 간섭 배제 등의 움직임으로 인해 정부가 금융기관을 강제할 힘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의 획기적인 전환이 있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부실자산 처리 과정은 앞으로가 더 험난할 것임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금융위기 해소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어떤 식으로든 부실자산 처리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만 한다. 사실 금융기관도 살리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그들은 스웨덴식의 과감한 국유화와 신속한 부실자산 처리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거시경제나 금융여건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IMF 총재가 언급했듯이 금융위기 극복없이 금번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복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는 앞으로 점점 부각될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기로에 서있다. 과연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국유화를 통해 과감하게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내어 들든 간에 그 길은 평탄한 길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단, 큰 변화없이 현재의 흐름(금융기관의 위험도 증가와 부실자산의 분리 지연)대로 지속된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더 하락할 수 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2008년 말의 금융 패닉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 한화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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