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경기회복을 위한 벤처 활성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한국판 뉴딜'정책에 IT벤처를 위한 정책에 대다수 찬성을 보이고 있는 입장이다. '제2의 벤처도약', 벤처 어게인 2005' 등 이름이야 어찌 명명되었건 새로운 벤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계획에 많은 이들이 환영하고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벤처의 현실을 '장마비에 젖은 나무'에 비교하였는가 하면 모 국회의원은 벤처 장마는 이미 2001년 2002년에 지나가서 지금은 마른 장작이 다 되었으니 정부가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이야 무엇을 해도 한 소리 듣게 마련인데, 그 한 소리 중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주문이 벤처업계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벤처 정책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의 탓' 이라는 말에서 처럼 벤처업계에도 이러한 경향이 다소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여기에서 '남'은 정부인데 '정부 탓'이 당연하다는 것도 아니고 또 해선 안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물론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역사적인 정책들을 살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벤처정책의 핵심 정권은 바로 김대중 정권. 벤처품과 벤처거품의 한 가운데서 모든 책임을 떠넘겨 안았어야 했던 정권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고 벤처史를 언급하면 벤처 이름보다 대통령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 벤처 정책의 뿌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60년대 정부의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제도로서 현재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유사한수준의 세재 및 금융지원, 행정 절차상의 특혜가 존재하고 있었고 차후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은 80년대에 들어 대부분 폐지되었으나 중소기업에게는 약자에 대한 보호차원에서 많은 지원제도가 새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중소기업 우선육성업종을 지정하였고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창업 및 기술지원을 해주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벤처 정책은 유망 중소기업 정책의 연장선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된다. 종래의 유망 중소기업이 90년대 후반부터 벤처기업이라고 불리워 지게 된 것.
정리해보면 60년대와 70년대를 걸쳐 박정희 정권의 경제운용의 전통이 80년대에는 유망 중소기업 정책의 형태로 변형되었고 90년대 후반에는 벤처정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벤처정책은 최근 몇 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세계가 놀란 벤처 정책
모 대학교수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초빙연구원으로 실리콘벨리 연구에 참여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제2의 실리콘벨리가 되기위한 연구와 노력을 거급하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은 벤처기업인, 벤처캐피탈, 변호사, 회계사, 인력관리 회사들이 서로유기적인 관계로 지속적인 혁신 추구를 통한 '벤처 생태계'를 형성하였다는 것.
교수는 초빙연구원으로 머물던 중 스탠포드 대학의 벤처생태계 연구자 모임에서 우리나라의 벤처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했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소위 '경악'수준이었다고 한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신축성, 자율성인데 어떻게 정부가 벤처기업을 정할 수 있느냐란 것이었다. 당시(1999년) 미국의 벤처기업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벤처의 15%만이 해당요건에 부합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벤처기업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이 되면 일정 기간의 소득세 및 법인세의 50%감면, 사업용 자산에 대한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를 비롯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50%를 감면 받는다.
또한 벤처인증기업은 중소기업청,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기업은행, 기술신보 등을 통해 각종 자금지원의 수혜자격 뿐만 아니라 TV 및 라디오 광고료의 7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대표 또는 임원으로 근무하는 교수와 연구원에게는 휴직의 기회와 병역특례 연구요원 및 산업요원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창업보육도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예로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관투자가의 주식매매를 일정기간 제한하고 코스닥 시장의 기존투자자에 대한 유상증자주식, 청약상의 우선권을 주는 정책까지 선보였고 심지어 벤처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최대 80%까지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도 검토했었다.
한국은 벤처천국?
이렇듯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찾기 드문 사례지만 많은 벤처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를 몇 가지 나열해 본다면,
- 묻지마 투자형 : 자금은 많다는데 구경도 못해봤다라는 우스게 소리를 비롯 한탕 주의로 때돈 벌고 도망가기 등 상대적 박탈감 유발 및 정경유착의 비리(XXX 게이트).
- 벤처 무시형 : IT벤처투자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한 전략, 정책을 정하는데 당체 업계의 현실은 반영되지도 않고 정책 담당자에게 매일을 보냈는데 그나마 "검토해보겠습니다." 하는 답변이면 양호하다라는 정책 현실.
- 어느 세월에 형 : 최근 코스닥에 등록된 모 기업 대표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상품과 기술을 개발했는데 개발 당시 정부에 관련 국제특허 업무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가 무시되고, 시장을 외국에 고스란히 빼앗겼다는 푸념.
벤처업계 간담회에서 10여가지의 제안을 냈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다행스럽고 반가운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한국의 벤처정책은 없다란 말이 나올만도 하다. 참으로 오랜 구력을 가진 정책이지만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벤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잘하고도 욕먹는 벤처 정책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벤처기업의 부실과 도덕적 헤이 등을 들며 '벤처'라는 이름을 거부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또 어떤 기업은 코스닥 시장이 기업성장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하다라는 이유로 거래소로 이전하기도 한다.
정부의 과도한 정책이 벤처기업 본래의 도전정신을 해칠 수 있다는, 국내 시장에만 안주, 세계 시장의 진출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논리도 있다. 이유야 어쨌건 기업으로부터 거두어 들인 돈을 기업으로 재분배하고 기업이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을 마다할 벤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벤처 지원책, 벤처캐피탈들이 지원사격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 벤처는 너무나도 풍성하고 축복받은 환경임에도 작고 힘없는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최근의 벤처활성화 정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함에도. 이유는 앞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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