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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일반

순익 2,000,000,000,000원 “이젠 글로벌 회사로 간다”

by 잠실돼지2 200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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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기업 하이닉스반도체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에 현지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대만엔 위탁가공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올린 2조원대 순익이 도약의 발판이다. 전직 뱅커인 우의제 사장은 “자신감은 갖되 자만은 버리자”고 다짐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회생 단계를 넘은 지는 오래다. 지난 2003년 3분기에 영업이익을 냈을 때만 하더라도 ‘웬일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젠 모두 눈을 비비며 다시 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5조8,834억원과 영업이익 1조8,780억원, 순이익 2조199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추정치의 평균이다.

하이닉스는 이로써 지난해 순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 ·포스토 ·한국전력에 이어 ‘4강’에 진입했다. 하이닉스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순이익 1조7,846억원을 올렸다. 이 밖에 LG필립스LCD가 1조6,550억원, SK㈜는 1조6,448억원, LG전자는 1조5,262억원, SK텔레콤이 1조4,9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여간 변신을 주도한 우의제(61) 하이닉스 사장을 2월 14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만났다. 우 사장은 “하이닉스는 기술과 직원 역량, 그리고 고객 평가 등에서 워낙 훌륭한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LG반도체 흡수합병에 이은 반도체 경기 하강으로 한때 재무적으로 극심한 곤경에 빠졌을 뿐이며 최근 실적이 ‘제 실력’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하이닉스는 31.9%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0% 선에 불과하다.

우 사장은 “제조원가를 낮추고 판매단가는 높였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제조원가는 투입량 대비 완제품 비율인 수율 등에 좌우됩니다. 하이닉스는 초미세가공 기술을 통해 끊임없이 수율을 높였습니다. 또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우수한 품질에 제때 공급함으로써 좋은 값을 받았어요.”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율만이 아니다. 우 사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취임 초기에 “회사를 위해 희생해 달라”고 설득해 임원의 3분의 1을 내보냈다. 이와 함께 엄격한 윤리경영 기준을 적용, 이에 어긋난 행동을 한 임직원들을 내보냈다. “어려울수록 기강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원과 함께 분사와 매각을 진행했다. 한때 2만2,000명이었던 하이닉스의 인원은 현재 1만1,000명으로 줄었다. 우 사장은 “나간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상세한 언급을 피했다.

우 사장은 ‘실업자 처지’를 취임 전에 경험했다. 2000년 5월에 외환은행장 직무대행을 그만둔 뒤 2001년 3월 하이닉스와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기 전까지인 10개월 동안이었다. “이전에 소홀했던 집안 대소사를 챙겼죠. 친구들과 함께 모처럼 여유있게 운동도 즐겼어요. 하지만 인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과연 조직에서 잘나간다는 게 뭔지….”

“그래서 ‘사장은 봉사하는 자리’라는 마음가짐으로 2002년 7월에 대표이사직을 맡았다”고 그는 술회했다.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자로 나섰다. 이천과 청주 공장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했고 식당에 들러 야근하는 직원들의 밤참을 배식했다. 간부들에게는 정기회의 자리를 마련해 주요 사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결정된 사항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주요 본부장들 사이에 협조가 잘 이뤄지죠.”

우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이천 10공장 리모델링을 예로 들었다. “3개월 만에 클린룸 공사를 마치고 7월 하순에 장비를 들여 놓았어요. 장비 반입 3개월 뒤인 10월 말부터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12인치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핵심만 남기고 매각 ·분사
현대전자는 정부의 이른바 ‘빅딜(Big Deal)’ 방침에 따라 1999년 7월에 LG반도체의 지분 약 59%를 인수한다. 이어 LG반도체의 상호를 현대반도체로 변경한 뒤 10월에 약 1대 0.7의 비율로 현대반도체를 흡수합병한다. 98년 말 12조5,178억원이었던 현대전자의 자산은 99년 말 20조3,886억원으로 불어난다.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되고 2000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값이 급락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부채상환 만기가 집중되면서 현대전자는 유동성 부족에 빠진다. 현대전자는 2001년 10월에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금융회사들의 공동관리에 놓이게 된다. 공동관리는 2006년까지로 잡혀 있다. 회사는 이에 앞서 3월에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꾸고 8월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생존을 위한 매각과 분사에 돌입한다. 자산은 지난해 말 6조9,060억원으로 줄었다. LG반도체와 합병한 뒤 2만2,000명으로 불어났던 인원은 현재 1만1,000명으로 절반이 됐다.

사업 ·자산 매각
* 걸리버스농구단 (2001.2) *영동사옥 (2001.4)
* HDD업체 맥스터 지분 (2001.10)
* 현대큐리텔 지분 → 팬택앤큐리텔 (2001.11)
* TFT-LCD → BEO 하이디스 (2002.11)
* 비메모리 사업부문 → 매그나칩반도체 (2004.10)


분사
* 자동차 전장사업부문 → 현대오토넷 (2000.3)
* 모니터사업부문 → 이미지퀘스트 (2000.8)
* 전자제품 A/S 담당 고객만족실 → 현대디지텍서비스 (2001.3)
* 장비지원팀 → 이큐베스텍 (2001.12)
*설비기술팀 → 파이론텍 ·에스제이텍 (2002.1)



“다른 업체들은 장비 반입에서 생산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립니다. 또 초기 수율이 50%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까지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도 첫 시험가동에서 90%대의 ‘골든(golden) 수율’을 달성했습니다.” 그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라고 자평했다.

만반의 준비를 거친 결과였다. “우선 제조기술과 공정관리 부서 담당자들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어요. 구매?자동화?설비기획?제품개발 등 부서도 프로젝트 팀을 유기적으로 돕도록 했죠. 장비가 반입되기 전에 엔지니어와 생산라인 근무자들이 협력업체에 나가 가동방법을 충분히 익혔습니다.”
그는 요즘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 말자”고 당부한다. “하이닉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무형의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은 채 안주한다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우 사장이 구상하는 새로운 도전은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그는 이미 이를 위한 포석을 마쳤다. 하이닉스는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와 현지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지난해 11월에 제반 계약을 매듭지었다. 중국 현지공장은 이르면 1분기에 착공해 200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에 대만 프로모스(ProMOS)와 위탁가공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모스는 올 하반기부터 하이닉스의 공정기술을 적용해 메모리반도체를 생산, 하이닉스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프로모스와의 제휴는 신규투자 없이도 수요 확대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죠. 중국 진출과 대만 위탁생산의 공통적인 효과는 해외 생산기지 확보를 통한 통상문제 대응입니다.”

하이닉스가 중국 진출을 발표했을 때 기술이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우 사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 법인의 지분은 하이닉스가 3분의 2, 유럽의 ST마이크로(STMicro)가 3분의 1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토지와 건물을 유리한 조건에 제공할 뿐, 지분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경영한다는 말입니다. 또 현지공장에는 연구?개?R&D)과 설계기능이 없어요. 중국에서는 단순생산만 하는 것이죠.”

그는 “기술은 생산라인이 있는 곳이 아니라 핵심인력으로부터 유출된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우리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어디에서 구하려 할까요. 한국보다 가까운 오리건주 유진시에 있는 공장을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들어서는 하이닉스 공장으로부터 기술이 유출된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우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오는 2007년까지 임기로 재선임됐다. 사외이사 시절까지 합하면 그가 하이닉스에 몸담은 지 이제 4년이 된다. 뱅커에서 반도체회사 CEO로의 변신을 묻자 그는 “어디든 경영의 요체는 똑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비전문가라는 말을 적잖이 들었어요. 심지어 거래처에서도 드러내놓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CEO가 얼마나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CEO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듣고 ‘무엇을 해야 하며 그 일을 누구에게 부여하느냐’를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CEO는 또 책임과 권한을 일과 함께 부여해 각자가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하죠. 그 다음에는 진행 단계를 점검해 실적에 상응한 책임과 적절한 보상을 내려야 합니다.” 그는 “아직 좋은 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상이 보장되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똘똘 뭉쳐 일해온 임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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