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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선물옵션 일반

선물투자 고집부리면 망한다

by 잠실돼지2 2005. 3. 13.

‘압구정 미꾸라지’로 잘 알려진 윤강로(48) KR투자 대표는 주식시장의 전설적 존재다. 선물시장이 문을 연 1996년부터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리면서 8000만원의 투자원금을 최대 1300억원까지 불렸다.

그동안 재야의 고수로서 철저히 은둔해왔던 그는 작년 5월 한국선물을 인수, 자신의 이니셜을 딴 KR선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제도권으로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대주주로서 KR선물을 돕고 싶은 마음에 지난 2월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설명회도 열었다.

한 해 350억원 벌어들인 적도 있어

‘미꾸라지’라는 별명은 손해를 보지 않고 요리조리 잘 피해 나간다는 뜻에서 붙었다. 선물시장의 큰손끼리 부르던 별칭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면서 평생을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됐다. 윤 대표는 한 해 최고 350억원을 벌어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 미꾸라지처럼 투자위험을 잘 피한 그만의 비법은 뭘까?“분초 단위로 돌아가는 주식시장과 선물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독수리처럼 자기 고집 부리지 말고 비둘기처럼 장세(주가흐름)에 순응해야 합니다. 시장은 언제나 옳습니다. 그걸 재빨리 잘 받아들이면 승리하고 그러지 않으면 지는 겁니다.”윤 대표는 주가의 흐름을 예상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포지션 매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다만 자신의 판단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다소 손실을 보더라도 재빨리 빠져나오는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윤 대표는 어려서부터 승부에 강했다. 어려서는 동네 딱지랑 구슬을 모조리 휩쓸어 따로 상자를 만들어 보관해야했을 정도였다고. 자기가 딴 딱지를 1만5000장까지 세어본 경험도 있다. “재운(財運)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입니다. 어머니가 아는 절의 스님께 여쭤 보니 제가 마흔 살부터 불처럼 일어난다고 했다더군요.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되던 1996년 선물시장이 열렸습니다. 그냥 우연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신기하죠?” 윤 대표는 지금도 주위 사람에게 “재운이 없는 것 같으면 주식이든 선물이든 크게 일을 벌이지 말라”고 만류한다고 한다.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윤 대표의 ‘포지션 매매’는 주가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기법이다. 결국 윤 대표는 지난 9년간 주가 흐름을 굉장히 잘 읽었다는 이야기다. 비결은 의외로 ‘증권사 데일리’라고 불리는 일일시황 분석자료였다. “주식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전문가의 땀과 노하우가 다 데일리에 담겨 있습니다. 다만 데일리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고 주가를 잘 맞히는 사람이 쓰는 데일리를 골라서 봐야죠. 시장분석가를 분석하라는 이야기입니다.”윤 대표는 특히 종가 부근의 주가 움직임을 주목한다. 시초가는 전날과 그날 아침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아마추어 주가’이지만, 종가는 자금력이 센 기관과 외국인 등 선수가 만드는 ‘프로 주가’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세로 끝났어도 종가 부근에서 내림폭이 크게 줄었다면 그만큼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선물시장 개장 초기엔 ‘시초가 따라잡기’라고 해서 장초반 주가가 오르면 그날 양봉(시초가보다 종가가 높은 것)이 나타날 확률을 70%로 봤는데, 최근엔 시초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각국 시황 분석

그러나 윤 대표도 작년 하반기 이후 급등락 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 해 동안 무려 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다행히 올 들어서는두 달 만에 100억원을 벌어들여 작년 손실을 빠른 속도로 만회하고 있다.윤 대표가 벌어들인 1300억원 중 남의 돈을 맡아 수익을 내준 300억원과 작년과 올해 매매분을 제외하고 자신의 수중에 남아있는 돈은 600억원 선이다. 윤 대표는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과 현금으로 운용하고, 150억~200억원 선의 자금만 투자하고 있다. 작년 8월 이후 윤 대표가 대거 손실을 입으면서 압구정동 일대 은행가에는 예금인출 비상령이 걸렸었다는 후문도 있다.윤 대표는 올해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선을 넘는 강세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과 유가 등 무시하지 못할 악재가 많이 있지만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강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기 때문에 주가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표는 “비둘기가 모이 주워 먹듯 시장을 따라다니며 수익을 즐기라”고 말했다.그러나 어떤 순간에서도 자만하지 말고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투자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산관리(money management)에 충실해야 합니다. 전체 자산 중 3분의 2는 현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운용하고 3분의 1 범위까지만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일반 투자자 중에도 단기간에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자산을 크게 불리지 못하는 이유는 자산관리에 실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 자신은 벌어들인 돈이 100억원을 넘었던 1999년, 100억원은 통장에 빼놓고 남아있던 5억원으로 다시 투자에 나서 넉 달 만에 1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윤 대표는 1983년 서울은행 펀드매니저로 주식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선물시장 개장을 2년 앞두고 1994년 미국 시카고에서 3개월간 연수를 다녀온 게 선물과 맺은 첫 인연이었다.이후 1996년 선물시장 개장 때 국내 최초의 선물운용팀을 만들어 놀라운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1998년 서울은행을 나와 재야의 고수로 변신했지만 경이적인 수익률 행진은 계속됐다. 선물시장 전문가인 페타포투자자문의 하태형 사장은 “선진 매매기법과 자금력으로 중무장한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윤 대표처럼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은 6·25 때 군인 한 명이 낙동강 전선에서부터 혈혈단신으로 압록강까지 진격한 것과 비슷하다”고 감탄했다.윤 대표는 지금도 밤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주가를 분석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그 일 이외에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적당히 즐기면서 사는 복잡한 일상 속에서 남이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55세 때까지 투자를 계속하려면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저에게는 선물시장이 삶의 전부이자 생명입니다.”

윤 대표는 얼마 전 모교인 외국어대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10억원은 ‘윤강로 홀’로 명명된 건축물 신축자금으로 쓰였고, 나머지 10억원은 ‘윤강로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의 학업을 돕고 있다. 윤 대표는 “돈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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