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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선물옵션 일반

9.11과 도이체방크 옵션쇼크에 대한 小考.

by 잠실돼지2 2021. 4. 28.

2002년 9월물.
9.11사태 전 주 월요일 코스피 지수 67근방.

아직도 프리미엄이 통통한 풋 60을 호기롭게 매수했다가 물려
일주일 내내 오버질에 물타기만 해서 평단가 0.12에 1,800여개.
9.11이 일어난 만기주 월요일 코스피는 아직도 67밴드에 갇힌 상태,

보유한 풋 60은 시초가 0.05. 종가 0.01.
한마디로 휴지에 물타기 했던 셈이었죠.

승수가 없던 시절이니까 2천여만원 조금 넘게 박았더군요.
화요일에도 코스피는 67 밴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유한 풋은 0.01 매도만 40여만개가 쌓였습니다.
이미 뒤진 넘 매도 주문해도 체결 안될거 뻔하지만
200만원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
40만개 위에 얹어놓고 외출.
저녁 술약속 자리에서 미닫이 문이 슬 열리더니 TV한번 보시라고 합디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내라는 모습을 보면서 술이 확 깨더만요.
9.11...
담날 아침 HTS 열어보니 입금 200여만원.
미결제 0.
어느 놈이 쓸어가 버렸더군요.
그 날 풋60 시가가 19만원 근방이던가...
고가가 30만원이 넘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5억을 눈뜨고 날린 것이지요.

그 상대적 박탈감이란...
그러나 만기인 다음날 목요일, 풋매도로 쳐물린 외인, 기관이
지수를 폭등시켜 결국 풋60은 0.05에 시작해 깡통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30만원대에 진입한 개미들은 어쩌라고...

 

8년 후.
저에게 10여년의 파생 인생을 접게 만든 사건이 일어납니다.
2010년 11월물.
만기 전 날 코스피200지수가 251.8에서 슬금슬금 기어올라
1.2% 이상 상승한 날입니다.
등가였던 풋252를 지수 상승 중에 물타기매수에 들어가고
프리미엄은 1/4토막이 났습니다.
그 날 저녁 비행기 탈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버린다는 오기로
차마 매도 엔터키를 누르지 못했죠.
다음날 만기일.
지수는 보합으로 시작하여 양봉이 뜨면서 256~255 근방에서 종가까지 횡보,
두시반이 넘어 풋252는 0.01까지 떨어져 사망한걸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접었습니다.
헌데...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와서 HTS를 열어보니 2억여원이 꽂혀있더군요.
그때서야 뉴스를 찾아보니 도이체방크가 사고를 친 것.
이름하여 "도이체방크의 만기날 옵션쇼크"
그들은 그 해 6월부터 축적해 온 매수차익거래 규모를
약 2조원 가까이 늘려 11월 11일 동시호가에 매물폭탄으로 청산한 것입니다.
코스피200 지수로 255근방에서 동시호가에 돌입했으나
이넘들이 7포인트 가까이 밀어버려 247.5에 마감시켰습니다.
풋옵션 매도자들은 파산자가 속출했으며
매수자들에게는 최대 500배까지 수익을 준 날이지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사무실에서 모니터에 박혀있는 2억언저리의 숫자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만 봤습니다 .
좋다기보다 허망하다는 느낌이었죠.
"오버하지 말자"가 제 모토이자 신념이었지만 그 두번의 오류가
제게는 더 뼈아팠습니다.
이런 식의 오버질로 깡통차고, 수억을 번들 그게 과연 내 앞날의 파생인생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자괴감.
또 다시 같은 오류로 전재산을 날릴 수 있다는 두려움.
그 다음날 계좌 폐쇄, 도박판에서 탈출하였습니다.
2천여만원?
만기 주 근방에서 방향 잘못잡아 옵션 네이키드 오버질 두세번이면
그냥 휴지됩니다.
물론 9.11이나 도이체방크 사태같은 외생변수와 맞는 방향으로 베팅했다면
백만원으로 수억은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만.
하여 끊임없이 오버질에 유도되어 불나방들이 명멸해가고 있는 곳.
버뜨, 오버로 얻어지는 수익은 실력이 아니라는데 100원 겁니다.

 

1995년 개장된 코스피 선물과 1997년 탄생한 선물연계 옵션시장 개장.
제가 이 판에 발을 담군 2000년, 파생시장 거래금액규모 세계1위 등극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어느나라도 감히 1위 자리를 넘보지 못했더군요.
이 후 제도강화와 해외 선물, 위클리 등으로 분산되어
코스피 200 파생 시장이 12위로 밀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2011년이면 제가 파생판을 떠난 직후니까 제 영향도 좀 있었나봅니다.ㅎㅎ
하지만 화폐가치 하락때문인지 순위 대비 거래금액 규모는 크게 감소한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금감원에서도 개인들 삥뜯기 위해 매수 유지증거금을 3천에서 1천으로
떨이장사에 나선걸 보면 외국 투기자본 이탈에 위기감을 느끼긴 한 모양입니다.
그들이 존재해야 외환보유고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통계치가 나올테니까요.

 

제가 1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은 무슨 이유랄것도 없습니다.
권태로움을 이기려는 것.
그뿐입니다.
제도도 많이 변했더군요.
무슨 시덥잖은 자격증도 취득해야하고, 옵션거래금액에 2.5배의 승수도 생겨나고,
매수 전용 유지증거금 3천에 매도자 유지증거금은 5천으로 널을 뛰었고...
(12월들어 유지증거금 변동이 있었죠?)
무었보다 2천년대 초중반 게시판을 빛내주었던 산중노인, 계만제욕같은 무림고수들이
팍스넷에 발길을 끊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짧지 않은 졸필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고 모쪼록 모두 성공하는 파생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뱀발 /
옵션거래자들 중 월물초부터 만기일까지 한번만 눈 딱 감고 오버하지 말아보시기 바랍니다.
당일 손실이 났더라도 살을 베는 심정으로 종가에 청산하는 것을 목표로.
만일 그 월물에서 손실이 났다면 당신의 툴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더불어 손절의 중요함, 손절자리가 보이고 습관이 생길겁니다.
옵션은 익절이 아니고 손절의 게임입니다.
손실구간에서는 어디서 튀어나온 자신감인지 담대하고 당당하게 반등을 기다리며 손실을 키우지만 

수익구간에서는 하락반전의 공포심으로 섣불리 엔터키를 눌러버리는 다수 개미들의 전형적 거래 습성.

자만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손실은 최소화, 이익은 무한대가 옵션의 매력 아닐런지요.

 

에블바디 굴럭!

2020.01.0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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